명의도용피해로 인한 금전지급 청구,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서지혜 변호사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족이나 지인이 내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거래까지 했다면 어떨까요? 어느 날 갑자기 거래처로부터 “당신 명의로 거래했으니 미지급 대금을 지급하라”는 청구를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타인이 나의 명의를 도용함으로 인하여
제3자로부터 금전지급청구, 물품대금 청구 등을 받았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 경우 단순히 사업자등록이나 계좌가 본인 명의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채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은 실제 법원 판결례를 바탕으로, 명의도용으로 인해 금전 지급을 청구받은 경우 어떤 점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사실관계

원고 A회사는 원단을 수입·제조·판매하는 회사였습니다.
A회사는 2018년 1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피고 B 명의로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는 ‘D’라는 업체에 원단을 공급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D를 운영하며 A회사와 거래한 사람은 B가 아니라 B의 딸 C였습니다.
C는 세금 체납으로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기 어려워지자, B의 주민등록증을 이용하여 B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한 뒤 영업을 진행했습니다. 물품대금 역시 B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여 지급했습니다.

이후 원단대금 중 1,900만 원이 미지급된 채 남게 되었고, A회사는 사업자등록상 명의자인 B를 상대로 미지급 물품대금 1,9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2. 원고의 주장

원고 A회사의 입장에서는 거래 당시 상대방을 B라고 인식할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A회사 직원들은 C가 B인 것으로 알고 있었고, C의 전화번호를 ‘D_B 사장님’으로 저장하여 ‘사장님’이라고 부르면서 거래했습니다.
따라서 A회사는 자신들이 C 개인과 거래한 것이 아니라 사업자등록상 대표자인 B와 거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사업자등록증뿐만 아니라 물품대금을 지급한 계좌 역시 B 명의였기 때문에, 외관상으로는 B가 D의 사업주라고 믿을 만한 사정이 존재했습니다.
결국 원고는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계약상 물품대금 지급의무를 B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3. 피고의 반박 논리

반면 피고 B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직접 원고와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는 점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B가 C에게 원고와의 거래에 관한 대리권을 부여하였다거나, 자신의 명의를 사용하여 영업하도록 허락했다는 증거도 없었습니다.
특히 법원은 B가 C의 명의도용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즉, 원고가 C를 B라고 믿고 거래했다는 사정과 별개로, 실제 B가 계약 체결에 관여하거나 C에게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면 그 계약의 효력을 곧바로 B에게 귀속시킬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B가 자신의 성명이나 상호를 사용하여 영업할 것을 C에게 허락한 것으로 볼 수도 없었기 때문에, 상법 제24조에 따른 명의대여자의 책임 역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명의도용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나는 계약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데 그치기보다는,

  • 실제 거래 및 계약 체결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

  • 명의사용을 허락하거나 대리권을 부여한 사실이 없다는 점

  • 명의도용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이를 묵인하지도 않았다는 점

  • 명의대여에 해당할 만한 사정이 없다는 점

등을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밝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4. 결론

법원은 결국 피고 B에게 미지급 물품대금을 지급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가 거래 당시 C를 B라고 생각했다는 사정은 인정되지만, B가 직접 계약을 체결하거나 C에게 대리권을 부여한 사실이 없고, 명의도용 사실을 알고 묵인했다고 볼 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원고와 B 사이에 유효한 계약관계가 성립했다고 볼 수 없고, 명의대여자로서의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원고의 항소는 기각되었고, 원고가 대금을 청구해야 할 상대방은 실제 거래를 진행한 C라고 판단되었습니다.

명의도용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금전 지급을 청구받았다면, 내 명의가 사용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지급의무를 인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가 실제 계약을 체결했는지, 명의사용을 허락한 사실이 있는지, 대리권을 부여했는지, 명의도용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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